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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아픈 맘에.. 얘기할 곳 찾다 들러봅니다.
작성자 언제쯤 (121.164.X.94)|조회 17,502
http://ns2.wetoday.net/bbs/board.php?bo_table=love&wr_id=5610 주소복사   신고

이렇게라도 쓰고나면 좀 괜찮아질까요..

 

저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작년에 저의 첫사랑이자 11년 동안 사귀던 남자와 헤어졌어요.

중3때, 오빠는 고1이었고 그때 처음 사귀기 시작했어요. 요즘 애들처럼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 만남이 아니라

어린 나이었지만 둘다 부모님들도 아시고, 서로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좋은 영향력 끼치면서..

오빠가 먼저 대학갈 때도 주변에서 이제 다른 여친 생길거라며 걱정했지만, 저희 신뢰는 견고했었고

군대가있는 동안에도 헤어진다는 건 말도안되게 오히려 가족들과함께 면회도 갔었고 그렇게 2년도 어렵지않게 기다렸고요.

전역 후 얼마 안되서 이번엔 미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1년 동안.

저는 한국에서 졸업,취업준비하면서 기다렸고, 그 1년 동안도 인터넷, 화상전화 이런 것 덕분에 곁에 있는 듯이 지냈었어요.

이때가 만난지 벌써 9년쯤이기에 가족이나 다름없었고, 주변에서도 집에서도 결혼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빠가 귀국했을 때, 저는 간호사로 막 취업해서 힘든 1년차를 보내기 시작했었고 오빠는 졸업까지 1년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이때까진 정말 결혼만 안했지 이미 가족이라 느끼던 사이였는데..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겹치기 시작했어요.

저희 아버지 일이 어려워지면서 당분간 제 월급으로 가족들이 살아가야하는 상황이었고,

친오빠는 덜컥 임신한 새언니를 데려와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겠다며(오빠도 직업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병원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죠.

먹고사는게, 사회생활이라는게 이렇게 힘든거구나... 물론 이때 남자친구가 큰 위로가 되주었지요.

그런데.. 저희가 원래 교회를 다니긴 했었는데 

이 시점에 남친이 대학 졸업후에 신학대학원을 가겠다는 결정을 해버립니다. 목사님이 되는 길을 선택한거죠..

물론 아예 없던 계획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얼마간 하다가

결혼도 하고 안정되면, 그 때 대학원을 가는.. 그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 집도 형편이 넉넉치는 않았거든요)

자기는 결정한 이상 빨리 선택하고 싶다며 바로 신학대학원에 간겁니다...

저는 제가 목회자 아내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적합한 사람일까.. 기도도 하고 엄청 고뇌의 시간을 보내면서

경제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어요.

 

하필 이때, 제 주변에 자상하게 다가오는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자주 연락도 하고 밥도 먹고..

평생 제 휴대폰 문자 한 번 안보던 남친이 이 날은 왠일인지 문자를 봤고, 제게 관심갖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게 됐어요.

근데 알고도 전혀 걱정하지 않더군요. 그 만큼 신뢰가 두터웠었으니.. 그런사람따위 걱정하지 않는다면서요.

고맙기도 하고, 정말 믿음이 가는 남자였죠.

하지만 저는 목회자가 되려는 이 사람을 선택할 수 없었어요.

경제적인 걱정이 제일 컸고, 살면서 감당해야 할 짐들이 너무 막연하게.. 무겁게만 느껴졌거든요.

10년의 정을 누를만큼.. 저에겐 너무 짐으로 느껴졌었어요...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몇번이고 찾아와서 기다리겠다며, 힘든 시간인거 아니까 지날 때 까지 기다리겠다며

그렇게 울던 남자를

저는 또 몇번이고 보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길래

전에 연락하던 남자와 사귄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다며, 금방 돌아올꺼 안다며 기다리는 이사람에게

정말 모진말 해가면서 또 보냈습니다..

이 과정이 1년은 된 것 같네요.

그때서야 그사람 입에서 헤어지잔 말이 나왔고..

그렇게 끝났습니다.

세 달 정도 미친듯이 일만하고, 걷다가도 자다가도 주체할 수 없이 울고..

이렇게 헤어져서 힘든 것 보다 차라리 이 사람과 함께 하는게 맞겠구나 싶었어요.

목회자를 하든 뭘 하든 이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 이게 내 길이겠구나 느꼈고

결국 제가 다시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너란 사람 모른다. 더 이상 널 사랑하지도 않는다.

결혼전제로 만나는 사람 있으니 연락하지 마라."

 

..........

떠난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더군요.

이 말 듣고 전화 끊은 이후.. 6개월이 지났어요.

저 때문에 힘들어했을 그 사람 생각하니 더 이상 어떤 연락도 못하겠고..

함께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어서 다른사람도 못 만나겠더라고요.

이겨내려고 소개팅도 해봤지만 모든게 그 사람과 비교되고, 마음을 줄 수가 없어요.

그 사람도 새로운 사람 만나면서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진 않을까..

오랜 만남끝의 이별.. 너무 힘이드네요.

이런 상처투성이 맘으로 누굴 만날 수도 없고..

한 사람을 아프게한 벌.. 평생 받을 것 같아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해주세요. 멀리 떠나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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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푸우
 119.207.X.27 답변 삭제
마지막 글이 맘에 와 닿네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주라는 말...
제가 남자라서, 그 남자분이 1년간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저는 세번이나 헤어졌다가 만났다가를 반복했거든요. 처음 헤어졌을 때, 두번째 헤어졌을 때, 세번째 헤어졌을 때, 모두 지옥이었습니다. 지금도 지옥이지만, 이젠 체념단계에 들어서 있구요. 하지만 다시 연락을 해준다면 만날 생각입니다. 저는 세번 모두 제 여친이 저에게 상처주는 말 없이 그냥 사라져버려서 다시 설득하고 마음 돌려서 돌아온다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처음과 세번째에 상처주는 말을 해버려서 돌이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헤어질 때.... 정말 말 조심해야겠구나....영원한 이별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 남자분이 받은 고통을 이제는 내가 받는구나 생각하시면,
이 힘든 시간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데 나름의 힘이 날 수도 있습니다.
남자분도 마음이 돌아섰네요. 6개월 동안 연락이 없었다면....시간이 약인데. 약이 많이 필요한 경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가장 빨리 극복하는 방법은 머릿속이나 마음속에 과거의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 생각들이나 감정에 집중했다가 다른 생각으로 빨리 돌리세요. 그렇게 1주일만 고생하면 기분이 좀 낳아집니다.
힘내세요.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하면 망합니다. 기분 업..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우스개소리 웃긴얘기
웃긴사진 보고 좀 명랑해지는 마음을 만들었고, 중간 중간 마음 우울해질려고 할때마다 주기도문을 외웠습니다. 처음 헤어졌을 때 1주일 정도 지나니깐 진정되고 제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더라고요. 그때 여친이 돌아와서 다시 또 시작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세번째 헤어졌는데 처음보다 더 오래가는게...앞서 말씀드렸던 그 작업을 안해서 그런것 같애요. 마음속에 생각과 추억과 애틋함과 미안함이 떠 오를 때 마다 집중했다가, 다른 생각으로 돌려버리는 거(애완동물 재롱 장면이나 날 즐겁게 하는 기억으로, 전혀 남자친구와는 관계가 없는 생각과 기억)를 안해서 그런 것 같아요. 도움 되셨으면 합니다. 힘내세요. 금방 서른됩니다.
언제쯤
 121.164.X.94 답변 삭제
푸우푸우님 감사해요..
여기 글들 보면서 사랑땜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어쩌면 이러면서 사는게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네요
제가 너무 어려움 없이 사랑을 해왔나봐요
세 번 씩이나 이 과정을 반복하셨다니..ㅜ
만약 다시 만나게된다 해도 서로 신뢰가 깨져버려서.. 저는 다시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요
푸우푸우
 39.7.X.62 답변 삭제
아...신뢰가 정말 중요하다는거...요즘 많이 생각합니다.
좋아하지만, 신뢰할 수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게 남녀사이인 것 같습니다.
거꾸로 제가 조언받았네요. 감사합니다.
힘내시고, 더욱더 활기찬 생활을 하기위해 노력하시면 아픈상태...
그리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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